곧 10월 29일이 촛불 1주년인데. 촛불혁명의 가장 큰 의미가 뭐냐 이것에 대해서도 논의된 적이 없어요. 그냥 박근혜 구속시키려고 한 거 아니잖아요. 그 때 저는 진주 여고생의 스피치를 기억해요. "박근혜만 구속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됩니까. 우리 안의 박근혜, 우리 곁의 최순실은 어떻게 할 겁니까" 란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도 동감해요. 촛불시위 현장에 살충제 계란을 만든 사람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데이트 폭력을 하는 남자도 있었을 것이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광장의 민주주의는 실현했지만 직장과 가정과 사회의 민주주의는 실현이 되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저는 저를 향한 수많은 악성댓글을 접하면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댓글을 쓴 사람 중 다수는 제가 불쾌감을 느끼고 제 가족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저를 좀더 불행하게 만들기 위한 단어와 표현에 열중한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저는 이게 단지 디지털 세대의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고, 그들이 공감하지 못해서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아니라 주장을 관철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지 않는 삶보다는 정부와 기업이 책임지고 만들어 주는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고 안전한 담배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듯이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현존하는 생리대를 전수조사 하고, 생리대에 들어갈 수 있는 합성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규제하고, 들어간 성분을 법적으로 모두 표시하도록 한다 하더라도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나는 계란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성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으로 살아볼 거야!" 정도가 아니라면 계란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지금부터 모두 보이콧한다고 해서 현실에서 그렇게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계란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은 계란을 넣어서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다만 계란이 현대영양학에서 찬양하는 완전식품이기 때문에 내 건강을 위하여 먹는다는 착각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되겠죠.